07. 공동체의 노래

아마도 2010년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개소식 다음날 오전에 녹음함


이 노래는 내가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 들어오기 전, 공룡이 처음 공간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할 때 개소식 자리에 선물로 만들어 온 노래이다. 사실 공룡에 이 노래를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곡을 완성하기 전에, 이미 이런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고 어느 정도 생각을 해 두기는 했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불안하고, 조금 더 신나고 들떠 있었으며, 조금 더 외로웠던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를 지금보다 훨씬 몰라서 늘 어색해하고 고민했었고, 미디어 운동이란 걸 시작하면서 앞으로 이런저런 삶을 살아볼 거라고 주변 사람에게 열심히 얘기했지만 그 사람들은 물론 나도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건지 완전히 이해하고 있진 못했다. 그렇게 나의 불안에 대한 두서없는 고민을 이어 나가고, 그래도 즐거웠던 순간들이 어땠는지 떠올리길 반복하다가 생각했던 게 ‘두려움보다 애정’이란 말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어찌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기거나 내가 했던 크고 작은 실수들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올 때면, 종종 이 말을 주문처럼 떠올릴 때가 있다. 별다른 근거는 없지만, 그게 내가 살면서 좀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이때 이 말과 함께 떠오른 두서없는 생각들을 노래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그게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한단 계획이 있던 건 아니었다. 아마 그대로 시간이 좀 더 흘렀으면 그저 살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잡생각 중 하나가 되어서 잊혀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룡 개소식에 가기로 한 전날쯤에, 원래는 개소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그 전부터 여러 번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설해라는 친구와 함께 그날 만나 몇 개의 노래를 정해 간단히 연습해서 부를 예정이었는데, 그 전에 이 노래를 완성해서 공룡에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그 당시엔 더더욱 수동성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는데, 가끔은 그냥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게 될 때가 있다(정말 몇 번 안된다). 애초에 공룡을 생각하면서 이런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누가 그런 걸 부탁하거나 기대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연하단 듯이 늦은 밤까지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를 대강 완성한 후, 다음날 청주에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악보를 그리고, 개소식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뒤풀이 자리에서는 만들어 놓고 아무에게도 들려준 적이 없었던 ‘집 열쇠’라는 노래도 처음 제대로 불러 보았다. 아마 그때, 스스로 대학원을 그만두고 미디어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으로 보여줬던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그리 멋진 사람이 아닌지 몰라
나와 함께 있는 게 부끄럽지 않으면 좋겠는데
나는 생각보다 네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몰라
나 때문에 너까지 같이 무너질까 봐 무서웠어 그래도

우리가 버티는 게 내가 대단해서인 것 같지는 않아
혼자서 정신없이 달려봐도 나만 남던 걸
우릴 묶어주는 건 두려움보단 애정인 것 같아
좀 잘못되더라도 같이 슬퍼할 사람이 있으면 됐지

아름다운 사람들을 가려 모아
아름다운 얘기들을 쏟아내면
보기엔 좀 낫겠지 하지만 난 그게 아닌 것 같아

하나하나 별거 없는 사람이라
위대한 걸 해낼 수는 없더라도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를 난 알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알 수 없는 몇 마디를
부끄럽게 중얼거리다 말았지만
그 뒤에 숨은 가슴 떨림을 난 알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침묵할 때도 난 네 노래를 듣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