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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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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킨 건 곧잘 한다>는 내가 지난 몇 년간 가뭄에 콩 나듯이 만들었던 노래 몇 곡을 모아서 다시 녹음한 음반이다. 모인 노래 중 대부분은 그때그때 있었던 (끓어오르는 예술혼 내지는 시대의 부름 같은 두루뭉술한 것 말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외부에서 주어진) 어떤 필요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 필요와 요청의 많은 부분은 지금 내가 활동가로 살고 있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이라는 단체와 어떻게든 관련이 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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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집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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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열쇠'는 이 음반에 실린 곡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노래이다. 그리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써냈던 노래이기도 하다. 그리고 (계기는 있었지만) 이 음반에 실린 대부분의 곡과 다르게 외부의 요청과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 만들었던 노래이기도 하다. 이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내 얘기를 망설임 없이 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던 시기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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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책과 사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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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땡땡책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을 때도 별다른 감흥을 받거나 정리된 생각이 떠오르진 않았다. 그래도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어쨌든 내가 잘 모르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니, 그동안 땡땡책 준비모임에서 만든 소식지 등을 모아서 일단 열심히 읽었다. 다른 거 안 하면서 노래 만드는 데에만 일주일 정도를 쓴 것 같은데, 그중에 5일가량은 계속 그 자료들을 읽고, 생각나는 것들을 이런저런 말들로 적으면서 노래가 될 만한 이야기가 떠오를 때까지 두서없는 메모들을 쌓아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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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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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아는 분의 결혼식 축가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내 결혼식 때도 노래 안 만들었는데. 혹시 그때도 누가 만들라고 시켰으면 만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도 안 시켰다. 하여튼 이 분은 공룡의 멤버들과 이래저래 인연이 깊은 사람이고, 나도 공룡에 오기 전부터 잘 알고 지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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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원래 네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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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현 사회변혁노동자당(그 당시엔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에서 나에게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던 노래이다. 이곳에서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이란 것을 막 전개하고 있었는데, 그 운동에 쓰일 캠페인 송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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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저래 큰 걸 심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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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이하 미행)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만들게 된 노래이다. 미행에서 밀양을 찾았을 때는 이미 한전에서 송전탑을 세워 버리고 나서였다. 하지만 밀양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그리고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계기로 시작된 송전탑과 핵발전소에 맞선 싸움을 여전히 이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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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이렇게나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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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여자들에게 좀 부끄럽더라도 누굴 흉내 내지 않고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은, 그 사람들의 못난 모습을 끌어내서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못나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믿고, 그래서 더 드러내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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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공동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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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그 당시엔 더더욱 수동성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는데, 가끔은 그냥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게 될 때가 있다(정말 몇 번 안된다). 애초에 공룡을 생각하면서 이런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누가 그런 걸 부탁하거나 기대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연하단 듯이 늦은 밤까지 노래를 만들었다. [...]